장마 사이로 쏟아지는 더위에 너나 할 것 없이 땀으로 목욕을 하는 한여름.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혹시 모를 ‘냉방’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겉옷을 항상 들고 다니고, 지하철을 탈 때면 약냉방차를 고를 정도로 추위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원버스 안에서 돌아가는 에어컨이 마냥 못마땅한 이들. 더위를 못 참는 사람들이 볼 때는 부럽기 짝이 없다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사계절이 겨울인 탓에 여간 힘들지 않다. 이들의 달력엔 어째서 여름이 없는 것일까. ■ 근육량이 부족한 마른 체질 여름에 추위를 타는 사람들에겐 대체로 공통점이 있다. 고령자이거나 말랐거나 그것도 아니면 다한증을 비롯한 대사증후군이 있는 경우가 여름에도 한기를 느끼는 사람들의 특성이다. 이의주 경희의료원 사상체질과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손, 발, 배가 차가워지기 쉽고 무릎 등도 시려 오며 심하면 머리까지 냉기를 느끼는데 이는 몸의 따뜻한 기운이 빠져나가 땀이 적게 나고 온도조절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심장에서 먼 곳일수록 냉기가 서리기 쉬우며 정도가 심하면 동맥경화의 진행, 뇌 질환, 심장 이상이 있는지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겉으로 봐서 마른 사람들이 땀을 많이 흘리며 여름을 힘들어하는 경우는 드물다. 반대로 본다면 이들이 바로 약냉방차의 단골손님인 셈이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마른 이들이 추위를 많이 타는데 근육량이 적으면 몸에서 만들어지는 열에너지도 많지 않아 더욱 쉽게 냉한 기운을 느낀다”며 “젊은 사람이 마른 체질도 아니면서 추워한다면 감기가 아닐 경우 위, 장의 만성질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체온이 쉽게 떨어지는 다한증 환자, 찬 성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알레르기를 가진 경우도 시원한 여름이 힘겨운 사람들이다. ■ 수족냉증, 척추관 협착증 원인일 수도 이와 같은 체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몸에 병을 갖고 있어서 추위를 타는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손발이 차가워 한여름에도 사시나무처럼 떠는 수족냉증 환자들이다. 수족냉증은 주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여성호르몬이나 생리로 인한 빈혈로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신체의 말단 체온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춥다고 느낄 만한 기온이 아님에도 추위를 호소한다. 수족냉증 환자의 체열을 실제로 측정해보면 손발의 체온이 1.5~2도까지 떨어져 있기도 하다. 주로 겨울에 그 증상을 호소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한여름에 환자가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연통증클리닉이 2001~2006년 수족냉증 내원 환자 추이를 분석해본 결과 5년 사이 여름철 환자는 20% 가량 큰 폭으로 는 반면 겨울철은 10%, 봄과 가을은 10% 이하 늘어나는데 그쳤다. 외부기온이 높아져도 몸이 차가워지는 증상은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수족냉증은 많은 경우 허리 부분의 냉증이나 팔, 어깨 결림, 심한 두통 등의 증세를 동반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또한 위장장애, 만성피로, 저혈압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수족냉증이 심해지면 불임도 올 수 있기 때문에 가임기 여성이라면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 병원 최봉춘 원장은 “대부분의 수족냉증은 자율신경계 내 교감신경이 예민해진 경우에 나타나는 것으로 출산 후유증, 생리통, 생리불순 환자들이 주로 호소하는데 최근엔 직장 내 스트레스로 인해 남성들 사이에도 점차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만일 손발이 시리고 저리면서 허리의 만성 통증까지 나타나면 척추관 협착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족냉증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보다 심각한 병이 있다. ‘레이노이드(Raynaud’s phenomenon) 병’이라 불리는 것으로 평상시 따뜻한 환경에선 탈이 없다가 차가운 곳으로 가면 손가락과 발가락이 창백해지며 심한 통증이 따른다. 악화하면 손가락, 발가락 일부가 썩기도 하는데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대개 말초혈관으로의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는 소견을 보이는 게 특징이며 평소 손발이 추위에 민감한 사람, 예를 들어 설거지를 하거나 냉장고 정리를 할 때 손이 하얗거나 푸르게 변하는 주부가 요주의 대상이다. ■ 건강한 사람이 심한 추위 느끼면 건강한 사람에게 갑자기 나타나는 여름철 추위는 자칫 생명을 앗아가는 칼날이 될 수 있다. 등산 중 비를 만나거나 오랜 시간 수영이나 스킨스쿠버 등 각종 해양스포츠를 즐기다가 만나기도 하는 저체온증이 그렇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35도 이하로 내려가는 것으로, 한기를 느끼며 정상적인 신진대사가 이뤄지지 않고 신체기능 이상을 초래해 1~2시간 방치할 경우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병증이다. 진영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소장은 “여름이라도 여러 이유로 갑자기 체온이 크게 떨어지면 몸이 움츠러들고 손놀림이 부자유스럽게 되어 근육을 수축하며 심하게 떨게 되며 증상이 계속되면 심한 피로감과 함께 착란 증상이 이어진다”며 “느리고 가벼운 호흡이 이어지고 신장 혈류가 계속 떨어져 소변이 잦아지면서 탈수가 오지만 몸이 따뜻해지면 곧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저체온증이 나타나면 바로 따뜻한 실내나 텐트로 몸을 옮겨 젖은 옷을 벗긴 후 몸을 주물러줘 혈액순환을 도와야 한다. 뜨거운 물 주머니로 몸을 녹이고, 가능하면 포도당을 주사하는 게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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