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괴롭히는 척추관협착증, 꼭 수술 받아야 하나요?
주부 권영순(67·서울 광진구)씨는 허리 통증이 심해 3년 전부터 나들이는커녕 외출도 힘들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에 힘이 없어 풀썩 주저앉는다. 집 앞에 있는 수퍼마켓에 갈 때도 걸었다 쉬었다를 반복한다. 최근엔 통증이 더 심해졌다. 허리부터 시작해 엉덩이·종아리까지 당기는 듯 아프다. 참다 못해 병원을 찾은 권씨는 척추관협착증으로 진단받았다. 세연통증클리닉 최봉춘 원장은 “다리가 저리면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허리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금만 걸어도 허리가 아프다면
허리가 아프면 대개 허리 디스크를 걱정한다.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은 디스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척추관협착증이다. 나이가 들면 노화로 척추 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이 약해진다.
최 원장은 “신경다발을 보호하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척추뼈·인대가 신경을 압박한다”며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신경이 눌린 부위에 따라 엉덩이·허벅지·종아리·발바닥까지 찌릿찌릿한 통증을 호소한다.
가만히 있을 때는 멀쩡하지만 길을 걸으면 허리·다리가 저리고 종아리에 알이 배긴 것처럼 아프다. 쪼그려 앉아 쉬면 허리·다리가 언제 아팠냐는 듯 낫는다. 짧은 거리도 걷다가 쉬기를 반복하는 이유다. 허리를 펴면 아파 항상 숙이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결국 몸통을 S자로 떠받쳐 주는 척추가 변형돼 허리가 조금씩 굽는다. 증상이 심해지면 다리 감각이 사라지고 배변장애를 겪을 수 있다.
고령자는 부담 적은 비수술 요법을
한번 좁아진 척추관은 저절로 넓어지지 않는다. 최 원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 범위가 넓어져 치료가 까다로워진다”고 말했다.
척추관협착증은 어떤 치료를 받느냐가 중요하다. 고령층은 일차적으로 비수술 치료를 고려한다. 최 원장은 신경성형술·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 등 허리통증 비수술 치료법을 국내에 잇따라 도입하면서 척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나이가 들면 운동 부족으로 근력이 약해지는 데다 고혈압·당뇨병·골다공증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수술은 전신마취·입원·보호대 착용 등으로 환자 부담이 크다. 수술을 받은 뒤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수술 후 통증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 수술 후 절개한 수술 부위가 회복하면서 신경과 함께 달라붙는 유착 증상이 발생한다. 이런 유착은 신경에 자극을 주고 염증을 일으켜 다시 통증을 유발한다. 반면에 비수술 치료법은 검사·진단·시술이 모두 하루 만에 끝난다. 피부 절개도 최소화해 회복도 빠르다. 최 원장은 “척추환자 10명 중 9명은 비수술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며 “허리 통증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치료기간을 줄이면서 통증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좁아진 척추관 넓히고 염증 제거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시술은 ‘풍선확장술’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시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은 신의료기술이다. 비교적 척추관협착증이 심해 제대로 걷지 못했던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시술법은 간단하다. 꼬리뼈 부분을 약간 째고 가느다란 관으로 풍선을 넣어 좁아진 척추신경통로를 직접 넓힌다. 통증이 적고 치료효과도 비교적 장기간 유지된다.
통증 원인인 염증을 제거하는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도 있다. 기존 치료법보다 통증 완화 효과가 30% 이상 높다. 꼬리뼈를 통해 지름 1㎜의 초소형 내시경 카메라와 특수 레이저가 달린 카테터를 집어넣는다. 이후 통증 원인을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레이저로 치료한다. X선·MRI로도 발견하지 못하는 디스크 유착·섬유화 등을 확인해 치료한다. 최 원장은 “기존 신경성형술 등으로 치료효과가 없는 환자에게도 높은 통증 완화 효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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